[DBR]“고가 궁중브랜드 ‘后’ 차별화 집중한게 주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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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매출 1위 오른 한방화장품 ‘후’의 럭셔리 마케팅

문진희 LG생활건강 한방화장품마케팅부문장은 “럭셔리 마케팅은 점점 더 소비자 지향적으로, 국가별 특성을 세분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문진희 LG생활건강 한방화장품마케팅부문장은 “럭셔리 마케팅은 점점 더 소비자 지향적으로, 국가별 특성을 세분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지난해 말 국내 면세점 시장에선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만든 이변이 발생했다. LG생활건강의 한방화장품 브랜드 ‘더히스토리오브 후’가 10월 롯데면세점 전국 7개 점포에서 매출 1위 브랜드로 깜짝 등극한 것이다. 국내 면세시장에서 만년 1등으로 군림해 온 루이뷔통, 카르티에, 샤넬 등 수입 럭셔리 브랜드를 제치고 일궈낸 값진 성과였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후는 롯데뿐 아니라 신라, 워커힐, 동화면세점 등의 주요 점포에서도 지난해 하반기(7∼12월) 이후 잇따라 면세점 화장품 매출 1위에 올라섰다. 이런 선전에 힘입어 후의 지난해 매출은 4300억 원으로 2013년(2040억 원) 대비 110% 상승했다.

후가 출범 초기(2003년 1월)부터 바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던 것은 아니었다. 고가(高價)전략을 내건 이 브랜드는 당시 방문판매 시장의 선두주자였던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와 수입 화장품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후의 담당자들은 심각하게 차별화 전략을 고민했다. 그리고 2005년 마침 LG생활건강에 부임한 차석용 부회장(당시 사장)이 던진 한마디로 ‘발상의 전환’이 시작됐다. “한방 브랜드(콘셉트로 승부 걸려 하지) 말고, ‘궁중 브랜드’(로 차별화) 하라”는 조언이었다.

후가 뒷심을 발휘할 수 있었던 성공 요인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인 관광객의 힘’과 함께 럭셔리 마케팅 전략을 꼽는다. 현재 후를 이끌고 있는 문진희 한방화장품마케팅부문장(41)은 “브랜드 콘셉트 재정립 이후 본격화된 ‘궁중 마케팅’은 고가의 제품 소비를 합리화하는 정당성(legitimacy)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DBR 172호에 실린 문 부문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다.

―한류나 중국인 관광객 증가는 모든 국내 브랜드에 호재였다. 이 가운데 후가 유독 큰 성과를 낸 비결은….

“고가 제품의 라인업이 풍부한 점, 그리고 고객의 니즈를 귀 기울여 들은 점이 도움이 됐다. 165만 원짜리 ‘환유’ 세트는 이전에는 3가지 개별 제품이 각각 제법 부피가 큰 박스에 담겨 판매됐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셋 다 사고 싶은데 여행 가방에 넣기엔 너무 크다’고 말하는 목소리를 들어 발 빠르게 3가지를 합친 세트 제품을 구성했다.”

―럭셔리 마케팅의 본질을 생각할 때 이처럼 신속한 기획력은 오히려 고급 이미지를 희석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신속하게 소비자의 피드백을 반영한 것은 ‘한류’라는 콘텐츠의 힘이 아닐까. 그 대신 패키지 디자인을 매번 더 고급스럽게 바꾸고 1인당 판매 수량 제한 등을 실시해 ‘동경의 가치(Aspiration Value)’를 높이려고 노력했다.”

―럭셔리 마케팅이라고 생각했는데 성과를 내지 못했던 사례를 꼽는다면….

“재작년 성형 트렌드에 맞춰 내놓은 ‘재연고’는 성형외과에서 시술 후 바르도록 고안된 제품이었다. 제품명이며 패키지는 최대한 ‘후답게’ 만들었는데 반응은 별로였다. 반면 매년 말 패키지를 달리한 뒤 스토리를 담아 내놓는 ‘궁중팩트’는 5년째 품절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인기다. 럭셔리 브랜드라면 반짝 트렌드에 편승하기보다 브랜드 스토리에 충실한 ‘영혼(스토리텔링)’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얼마 전 차석용 부회장이 임원회의에서 후의 핵심 성공 요인은 ‘재구매를 부르는 품질’이라고 말했다고 들었다.

“얼굴 피부가 눈에 가장 잘 띄는 부위이다 보니 고가 제품일수록 품질에 집중해야 한다. 옷은 취향에 따라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사는 제품이라면 화장품은 불편하면 절대로 사지 않는 제품이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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