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싸는 한국기업, 日 철수… 날개단 일본제품, 韓 상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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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쇼크 현실로]

이달 1일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쇼핑몰 ‘라라포트’에서 이랜드의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인 ‘스파오’ 매장이 빠졌다. 일본에 유일하게 남은 이랜드의 마지막 매장이었다.

2013년 일본 패션시장에 진출한 이랜드는 여성복 브랜드 ‘미쏘’와 캐주얼 브랜드 ‘스파오’ 등 매장 다섯 개를 차례로 냈다. 특히 스파오는 일본 ‘유니클로’에 대적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였다.

엔저(円低)가 발목을 잡았다. 2013년 ‘아베노믹스’가 본격화하면서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 한국산 제품 가격이 일본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진 것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엔화 약세 현상 때문에 미래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매장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한류를 업고 일본에 진출했던 한국 기업들이 엔화 약세 현상에 시름하고 있다.

2012년 미샤의 일본 도쿄 신주쿠역 매장 전경. 개점 당일 100명이 줄을 설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승승장구하던 미샤는 최근 엔화 약세 현상으로 지난해 일본법인의 매출이 약 20%나 줄었다. 에이블씨엔씨 제공
2012년 미샤의 일본 도쿄 신주쿠역 매장 전경. 개점 당일 100명이 줄을 설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승승장구하던 미샤는 최근 엔화 약세 현상으로 지난해 일본법인의 매출이 약 20%나 줄었다. 에이블씨엔씨 제공
○ 日 진출 韓 기업 위축…일본산은 ‘훨훨’

대표적인 한류 상품인 화장품의 대일 수출은 2013년부터 줄어들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일본 비중은 2013년 12.3%에서 지난해 7.7%로 축소됐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06년 자사 최고급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 매장을 일본 주요 백화점에 냈다가 지난해 모두 철수시켰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일본 백화점의 쇠퇴로 인해 유통 전략에 변화를 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화장품업계에서는 엔화 약세 현상으로 고가(高價) 화장품을 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05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화장품 브랜드 미샤의 일본법인 매출도 지난해 급감했다. 지난해 1∼3분기(1∼9월) 매출이 123억43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일본산 제품의 한국 진출은 급격히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일본 백화점 ‘미쓰코시 이세탄’의 자체 신발 브랜드 ‘넘버 21’(한 켤레에 20만 원 정도)을 수입했다. 신세계 측은 “그동안 일본 제품이 비싸 수입을 못했지만 엔화 약세 현상으로 오히려 국산보다 가격을 싸게 책정해 팔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제품을 개인이 수입해 쓰는 ‘직접구매(직구)’도 급증했다. 올해 1∼2월 해외 배송대행 업체 몰테일의 일본 직구 배송대행 건수는 약 1만8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늘었다.

○ 중국인 관광객도 뺏길라

엔화 약세 현상은 한국 관광산업도 위협하고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중국 설) 기간(2월 18∼24일) 동안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45만여 명으로 한국 방문객 12만6000여 명(한국관광공사 추정)의 3.5배에 이른다. 이에 따라 지난달 춘제 연휴 중 5일 동안(2월 18∼22일) 일본 백화점인 미쓰코시 이세탄 긴자점의 중국인 면세점 매출은 전년 대비 3.3배로 증가했고, 신주쿠 본점은 2배로 늘었다.

한국인의 일본행도 급증했다. 올해 1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은 35만8100여 명으로 설 연휴 기간이 들어간 지난해 1월(25만5500명)보다 10만 명 이상 증가했다. 국내 여행사들은 이달 말부터 시작될 일본 벚꽃축제 기간에 맞춰 일본 여행상품을 늘리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마다 지난 설 기간 일본에 간 한국 고객 수가 50∼60%가량 늘어 벚꽃축제 기간을 기대하고 있다”며 “2박 3일에 40만 원짜리 최저 상품을 내놓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최고야 기자
#엔저 쇼크#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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