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관객’ 특별히 모십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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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관리’ 팔 걷은 공연계

뮤지컬 ‘원스’ 출연 배우들이 1월 24일 4회 이상 관람한 관객 30여 명을 대상으로 예술의전당에서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매달 여러 차례 작품을 본 관객들을 뽑아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원스’ 출연 배우들이 1월 24일 4회 이상 관람한 관객 30여 명을 대상으로 예술의전당에서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매달 여러 차례 작품을 본 관객들을 뽑아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출연 배우들과 팬들이 주고받은 손편지 사본이 전시된 파란우체통 게시판(위 사진)과 배우 강하늘이 누적 관객 1만 명을 넘어선 것을 기념해 간식을 제공한 연극 ‘해롤드 앤 모드’. 블루스퀘어·샘컴퍼니 제공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출연 배우들과 팬들이 주고받은 손편지 사본이 전시된 파란우체통 게시판(위 사진)과 배우 강하늘이 누적 관객 1만 명을 넘어선 것을 기념해 간식을 제공한 연극 ‘해롤드 앤 모드’. 블루스퀘어·샘컴퍼니 제공
‘○○ 씨. 귀를 여시고, 있는 소리 없는 소리 잘 담아가셨나요?^^ 지킬 10주년은 제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연입니다. 대극장은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만족할 만한 공연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중략) 류 지킬 드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 역의 배우 류정한이 팬에게 보낸 손편지 내용이다. 이 작품의 주연 배우들은 한 주에 적어도 두 번은 손편지로 팬들과 소통한다.

요즘 공연계에서는 배우마다 형성된 팬덤(팬 집단과 그 문화)과 작품을 여러 차례 관람하는 ‘마니아 관객’ 관리를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가 한창이다.

○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손편지의 묘미

‘지킬…’의 손편지는 객석 2층 입구에 비치된 파란 우체통을 통해 시작된다. 관객들이 여기에 팬레터를 넣으면 해당 배우나 스태프에게 전달된다. 제작사인 블루스퀘어 관계자는 “매 공연마다 적게는 50통, 많게는 100여 통의 팬레터가 쏟아진다”며 “배우들이 팬들의 편지를 읽고 나서 몇 명을 선정한 뒤 직접 손으로 답장을 쓴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일주일에 평균 6∼10통의 답장을 쓴다. 이 중 일부는 사본을 만들어 공연장 내 게시판에 전시하고 있다.

손편지 쓰기에는 조승우 류정한 등 평소 언론 노출이 많지 않은 톱스타들도 기꺼이 동참한다. 가장 많은 답장을 쓰는 배우 중 한 명인 루시 역의 리사는 “멀리 지방에서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나 뮤지컬 배우 지망생 등의 편지에선 간절함이 느껴져 그런 분들 위주로 선정해 답장을 쓴다”며 “요즘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도 팬들과 소통할 수 있지만 손편지를 주고받는 묘미가 특별하다”고 했다.

○ 공연 최다 관람자에게 최고 등급석 무료 제공

원스 제작사인 신시컴퍼니는 지난해 12월에 4회 이상 ‘원스’를 관람한 관객 30여 명을 초청해 ‘원스 미니 콘서트’를 1월 24일에 열었다. 1시간가량 무료로 진행된 콘서트에선 출연 배우들이 나와 원스 뮤지컬 넘버뿐 아니라 팝송, 가요도 ‘서비스’로 열창했다. 콘서트 후에는 관객과 기념사진 촬영,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 2월에는 관객들의 사연을 받은 뒤 추첨으로 3명을 선정해 관객의 회사로 직접 찾아가 공연을 벌였다.

3월 행사는 더욱 화끈하다. 2월 한 달간 원스 공연을 최다 관람한 관객을 선정해 3월 1일부터 22일까지 R석(최고등급)인 1층 B구역 1번 자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일명 ‘너의 자리(Your Seat)’로 불리는 이벤트인데 당첨자는 12만 원짜리 이 좌석을 총 26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제값을 주고 볼 경우 티켓 값만 312만 원인 셈. 지난달 이벤트 당첨 주인공은 한 달 동안 ‘원스’를 21번이나 관람한 30대 여성 관객이다.

최근 막을 내린 연극 ‘해롤드 & 모드’에서 해롤드 역의 배우 강하늘도 누적 관객 1만 명이 넘어선 것을 기념해 지난달 4일 오후 3시 공연 종료 후 관객 전원에게 사비를 들여 커피와 떡볶이, 어묵 등 간식을 직접 나눠줬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국내에서 뮤지컬 등이 여전히 고급 장르로 인식되고 있어 마치 백화점이 고객 관리하는 듯한 마케팅을 한다”며 “공연 산업이 대중화된 영국 웨스트앤드나 미국 브로드웨이에선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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