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파행겪다 막판 정부안대로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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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항 겪는 정책 2제]
최저임금 인상… 노사정 대타협 첩첩산중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4일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6월 근로자와 기업, 정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본격적인 공론화 과정에 들어갔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지난해 인상폭인 7.1%를 넘어 6000원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정한다면 지금까지의 최저임금 합의안이 도출된 과정을 감안할 때 그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과정을 기록한 ‘최저임금 심의·의결 경위보고서’를 동아일보 취재팀이 분석한 결과 지난 3년간 정부 추천 공익위원 9명이 제시한 최저임금안은 모두 최종안으로 통과됐다.

최저임금위 소속 한 공익위원은 “정부가 최저임금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그것이 공익위원들의 대안에 반영돼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최저임금 위원 중 대부분의 임기(3년)가 내달 23일에 만료되는 탓에 정부 측에 호의적인 인사들이 대거 공익위원으로 발탁돼 최저임금 인상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은 이른바 ‘밑바닥 급여’를 끌어올려 전반적인 임금 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는 방안이다. 정부는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수입이 늘어나면 곧바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한 저소득층의 소비 진작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이 최근 정체돼 온 평균임금 수준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반영하듯 기획재정부는 9일 올해 15조 원 규모의 정책패키지자금 가운데 10조 원을 조기 집행하면서도 소비를 살리기 위한 소득 증대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내수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경기를 살리려면 기업의 투자를 늘리는 대책뿐 아니라 내수 진작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와 노동계 모두 정부의 정책 추진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논의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한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근로자와 사용자 양측은 완전히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 근로자 측은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OECD 하위권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용자 측은 ‘중간임금 수준’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OECD 중위원 이상이라고 맞서고 있다. 근로자 측은 20∼30%의 대폭 인상을 주장하고 사용자 측은 동결이나 최소한의 인상을 주장하는 실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4000여 회원사들에 올해 임금 인상을 1.6% 안의 범위에서 조정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섬유회사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에선 최 부총리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앞서 ‘당근’ 명분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 부총리가 4일 “3, 4월 중 노동 구조 개혁과 관련한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져 6월 국회에서 결판이 나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발단이 됐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처럼 말하면서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밀어붙이려는 속셈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최저임금#인상#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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